김인숙의 《The Real Wedding Ceremony》를 맞이하며
야마다 소 (보더리스 아트 뮤지엄 NO-MA)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것은 도대체 어떤 의식일까?”
결혼식에 참석할 때마다 나는 종종 그렇게 생각한다. 처음 그런 의문을 품었던 것은 사촌의 결혼식에서였다.
예식장은 채플(Chapel)을 본뜬 공간이었고, 스테인드글라스에는 천사 장식이 있었다. 서양인 목사가 등장해 서약의 말을 이끌었다. 기억하기로 양가 모두 기독교를 신앙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듯하다. 그러나 결혼이라는 의식이 되는 순간, 그러한 종교적 배경은 노 카운트가 되는 것처럼 보였다.
피로연도 독특했다. 거대한 케이크가 등장하고, 부부가 함께 그것을 자른다. 이어 신랑과 신부가 서로에게 케이크를 먹여주는 ‘퍼스트 바이트(First Bite)’라는 순서가 있다. 신부가 신랑의 입가로 가져간 케이크가 조금 빗나가 신랑의 입 주변이 생크림으로 더럽혀지고, 그것을 보고 관객들이 들뜬다. 이어 친구들이 등장해 알몸 개그를 선보이고, 회장이 열기를 띠는가 싶더니, 마지막에는 차분한 톤으로 신부가 편지를 낭독한다. 또 피로연 내내 백스트리트 보이즈 같은 미국의 히트곡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식(式)’이라고 부를 만큼 중요한 자리이고, 결혼이라는 매우 중대한 국면이니 ‘관습’에 엄격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하다. 전통에 전혀 근거하지 않은 새로운 연출이 날마다 생겨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요즘은 거대한 케이크뿐 아니라 거대한 숟가락도 등장한다고 한다). 물론 전통적인 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결혼식은 상당히 유연하며, 오해를 감수하고 말하자면 어딘가 절도가 없다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사실 나 역시 이런 의미에서는 꽤 기묘한 결혼식을 올린 한 사람이기도 하다.
결혼식은 여러 문화가 뒤섞인 키메라와도 같다. 그러나 그 혼돈에 당황하거나 그것을 탓하는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나 역시 “경사스럽구나” 하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있으면, 각각의 문화 사이의 불일치 따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느껴진다. 이렇게 서로 다른 문화들을 슬며시 통합해버리는 축제성, 혹은 에너지가 결혼식에는 있는 듯하다.
<79억의 타인 — 이 별에 사는 모든 ‘나’에게>전에 출품된 김인숙의 《The Real Wedding Ceremony》가 다루고 있는 것도 작가 자신의 결혼식이다. 이 작품이 지닌 에센스 역시, 앞서 말한 결혼식의 에너지와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본 작품은 약 18분가량의 영상과 두 점의 사진으로 구성된 영상 설치 작업이다.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올린 결혼식의 모습이 “예식에 잠입했다”는 설정의 남성 내레이션과 함께 제시된다. 영상과 함께 전시되는 두 장의 사진에는 두 예식의 참석자들이 담겨 있다.
영상의 전반부를 차지하는 것은 전통적 스타일로 거행된 한국 측 결혼식 장면이다. 신랑과 신부, 하객들은 민족 의상을 입고 등장하며, ‘기러기아비’라 불리는 인물이 목조 기러기를 들고 신랑을 신부의 집으로 인도하는 등, 일본인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의식이 끼어들며 예식이 진행된다.
이어 영상은 일본에서 열린 예식으로 전환된다. 일본 문화권에서 살아온 이들에게는 한국의 전통식보다 더 익숙한 형식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어딘가 기묘한 의식들이 눈에 띈다.
사실 등장하는 의식 중에는 김인숙이 창작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이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이상한 의식이 나타날 때마다 우리는 영상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되고, 결국 이 작품이 픽션(fiction)의 측면을 함께 지니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되면 관객은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연출인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영상을 보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이 알지 못하는 한국 측 결혼식에도 사실이 아닌 요소가 섞여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면서. 혹은 영상을 다 보고 난 뒤, 다른 한 나라의 문화를 직접 조사해보고 싶어질지도 모른다(나 역시 기러기아비와 목제 기러기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곧바로 찾아보았다).
이 작품을 통해 관객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알지 못했던 문화에 시선을 두게 된다. 그리고 김인숙은 이 작품 안에서,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장면을 우리에게 제안하려 하고 있는 듯 느껴진다.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영상 중반에 ‘통일열차’로 소개되는 의식이다. 신랑은 어깨에 올라타고, 참석자들은 앞사람의 어깨를 붙잡아 열차를 만들고, 책상과 의자 사이를 누비며 제법 빠른 속도로 달린다. 작품 속에는 일본, 한국, 재일동포를 포함한 복수의 내셔널리티(nationality)를 배경에 지닌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이 하나의 열차가 되어 원을 그리며 달린다.
영상에서는 “통일열차는 하늘을 나는 용의 형상을 나타내며, 모든 참석자의 번영을 기원하며 달립니다”라고 설명된다. 그러나 이미 픽션의 요소를 품고 있는 이 작품에서, 그 설명 또한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알 수 없고, 어쩌면 그 의식 자체가 김인숙의 창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스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띠고 춤을 섞어가며 달리는 통일열차의 장면에서 우리는 타인들이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하며 하나의 가족으로 융화되어 가는 듯한 에너지를 읽게 된다. 이 지점에 이르면, 그것이 어떤 전통에 근거했는가라는 역사적 맥락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두 가족이 뒤섞인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이 합류한다는 뜻이며, 쉽게 갈등이 생겨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혼식에는 애초에 케이크를 거대하게 만들어버리는 듯한 비약적인 발상이 있다. 거대한 케이크 앞에서 사람들은 과연 서로 다툴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결혼식이 독자적으로 획득해온 기묘한 연출들은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낳지 않기 위한 하나의 지혜처럼 보이기도 한다. 때로는 전통마저 뜻밖의 방식으로 업데이트해버리는 결혼식에는, 다문화를 슬며시 통합해버리는 긴장이 존재하는 듯하다.
김인숙은 이러한 결혼식의 측면을 실마리 삼아, 창작된 의식을 작품 속에 엮어 넣은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것은 전통인지 연출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의식 속에서 사람들이 합류하는 장면이다.
차이를 경쾌하게 넘어서는 이 작품은 일본과 한국, 그리고 북한이라는 세 나라 사이에서 정체성을 형성해오고, 그것을 예술로 표현해온 김인숙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The Real Wedding Ceremony》는 “차이를 존중하며 어떻게 관계를 구축할 것인가”라는 <79억의 타인>의 개념에 있어서도 중요한 시각을 제시해주는 작업이라고 느끼고 있다.
김인숙과 상의한 끝에 작품은 NO-MA 2층에 전시하기로 결정되었다. 다다미가 깔린 일본식 공간 속에서 이 작품이 전시되는 것에 대해, 김인숙은 기쁨을 전해주었다.
한편 NO-MA 앞을 지나는 길은 ‘조선인 가도’라 불린다. 과거 조선통신사가 오갔던 길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약 400~500명에 이르는 조선 사절단이 대행렬을 이루어 지나갔고, 길가에는 구경꾼들이 넘쳐났다고 한다. NO-MA가 이런 장소에 세워진 것이 우연일지도 모르지만, 두 나라를 잇는 길이 미술관 앞을 지나고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은 소중히 여기고 싶다. 그리고 이곳에서 김인숙의 작품을 맞이하게 된 것을 담당자로서 영광으로 생각한다.
문득 SNS나 인터넷 세계를 바라보면, 유치한 혐오가 여전히 떠돌고 있다. 타인을 인정하지 않고 대화를 닫아버리려는 주장과 마주할 때마다 크게 낙담하게 되는 것은 나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김인숙의 표현은, 차이를 나누며 함께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기술을, 폭력적인 언설 앞에서 주저앉고 싶어질 때에도 몇 번이고 다시 얼굴을 들어 대화를 포기하지 않을 용기를, 건네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출처
《79 Billion Others — To Every “I” Living on This Planet》
Borderless Art Museum NO-MA, 2021
Exhibition Catalogue, pp.34–35